저는 항상 이 순간이 기대되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얼마나 좋아지셨을까?
보통 산후풍 증상은 한약치료반응이 좋고 예후도 좋은 편이라서 얼마나 좋아지셨을지 매우 기대가 되었습니다.
이 33세의 여성분은 유산 후에 몸조리를 하러 오신 분이었습니다.
이 분은 7세와 5세의 아이들이 있으셨고(아이고, 키우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최근 계류유산으로 소파수술을 한 뒤 무기력, 피로함이 심하여 이 증상을 해결하고자 내원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진찰과 문진을 하다보니, 둘째를 출산한 이후부터, 다리가 자주 저리고 무거웠는데 정형외과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해도 뚜렷한 이상소견은 나오지 않아서 불편하지만 5년째 별다른 치료도 하지 못하고 지내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보다는 덜하지만 양쪽 손도 종종 저린다고 하셨습니다. 피로하면 진땀이 많이 나고 맥은 침맥이면서 무력한 맥상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아 둘째 출산 이후 산후풍이 생기셨구나~! 셋째 유산 이후 몸을 보양하러 오신 것이지만, 사실 둘째 출산 이후 5년이 되도록 낫지 않은 산후풍 증상도 있으셨던 거지요. 안색도 누렇고 혈색이 없고, 눈을 뜨시는데 힘이 없어보이셨습니다. 항상 너무 피곤하시다고요.
그래서 저는 이번 유산 후 보양도 하면서 이전에 있던 산후풍도 고치자고 말씀드렸더랬죠.
"그런 것도 좋아질 수 있나요?"
"그럼요~ 진작 오시지 그러셨어요~"
제가 자신있게 처방한 한약은 황기계지오물탕이라는 한약이었습니다. 생강, 대조(대추), 황기, 작약, 계지의 다섯가지 약물로 구성되어있는 산후풍에 많이 쓰이는 처방이고, 즐겨 사용하는 처방입니다. 하지만 산후풍에 쓰이는 처방은 무척 다양하고, 체질과 몸상태에 가장 적합한 약이 큰 효과를 나타냅니다.
정반대의 처방을 해야 할 경우도 있으니까요. 이 황기계지오물탕을 드시고, 환자분은 혈색도 많이 좋아지셨고, 몸도 가볍고, 배변도 시원하고, 무엇보다 안 나을 줄 알았던 다리가 반절 이상 가벼워져서 정말 신기하다고 하셨답니다.
사실 배변을 따로 고려한 것은 아니지만 기혈이 허한 원인이 해결되면, 같은 원인의 다른 증상들이 덩달아 좋아기도 한답니다.
맥이 많이 좋아지시긴 했지만 아직도 힘이 부족해서 오늘 약을 달여 보냈답니다.
많이 좋아지셔서 너무 기뻤지만 저는 한편으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좀 더 일찍 치료하셨다면 한창 아이들 키우느라 바쁜 시기에
한결 가벼운 컨디션으로 임하셨을텐데 하고 말이죠.
한의학에서는 몸과 마음을 둘이 아니라고 봅니다. 몸상태는 마음상태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너무나 우울하고,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면 혹시 잠이 모자르진 않은지, 영양섭취에 신경을 못 쓴 것은 아닌지, 너무 피로하진 않은지 체크해보세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가족들도 피곤한 상태에서는 귀찮은 존재로만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한약치료로 참 잘 낫는 산후풍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닙니다. 적절한 처방을 통해 정말 고질적인 증상도 좋아질 수 있으니 꼭 적극적으로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엄마의 건강과 삶의 질은 가족의 화목과 행복에 있어 정말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서지연 약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석사학위
전 경희봄한의원 강남점 원장
전 경희웃음한의원 대표원장
현 아이누리한의원 약수점 대표원장
대한한방소아학회 정회원
한국의사학회 정회원
대한한방비만학회 정회원
대한한방피부과학회 정회원
대한탈모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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